2026. 9. 26. 20:06ㆍ보이그룹

사진출처 : iHeartRadio
2026년 9월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T-Mobile Arena.
BTS가 6년 만에 iHeartRadio Music Festival 무대로 돌아왔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뒤 해외 팬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의외였다.
“잠깐, 이게 끝이라고?”
BTS가 이날 부른 곡은 단 네 곡이었다.
SWIM → 2.0 → MIC Drop → FYA
첫날 마지막 무대를 맡은 팀이 BTS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짧게 느껴질 만한 구성이었다. 실제로 해외 팬 커뮤니티에서는 공연 직후부터 “다른 가수들보다 너무 짧았다”, “한 곡 더 나올 줄 알았다”, “엔딩이 갑자기 끊긴 느낌이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무대를 다시 들여다보면 더 흥미로운 것이 보인다.
BTS는 미국에서 자신들을 알리는 가장 쉬운 방법을 일부러 선택하지 않았다.
미국 관객이 가장 잘 아는 세 곡이 모두 없었다
BTS가 미국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단 네 곡만 부를 수 있다면 어떤 곡을 선택할까?
가장 안전한 답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미국 대중에게 BTS를 각인시킨 대표적인 영어 히트곡들이다.
그런데 세 곡 모두 없었다.
대신 네 자리 가운데 세 자리를 2026년 앨범 ARIRANG의 신곡인 SWIM, 2.0, FYA에 줬다.
과거의 곡은 MIC Drop 단 한 곡이었다.
이 선택은 꽤 중요하다.
몇 년 전의 BTS였다면 미국 방송 출연은 BTS를 아직 잘 모르는 대중에게 자신들을 소개하는 무대라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2026년의 BTS는 달라졌다.
“미국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BTS”를 다시 보여주는 대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을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ARIRANG’이라는 제목부터 이미 힌트가 있었다
올해 발표한 앨범 제목부터 ARIRANG이다.
Rolling Stone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왔다.
앨범 제작 과정에서 BTS 측은 한국적인 요소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제작 과정에서는 영어로 녹음했던 곡을 다시 거의 전부 한국어로 쓰는 선택도 했다.
A&R 팀은 언어가 달라도 음악 자체가 해외 청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과 iHeartRadio 세트리스트를 같이 보면 재미있는 변화가 보인다.
예전에는 영어 노래를 통해 미국 대중에게 접근했다면,
2026년의 BTS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미국에 왔다고 해서 미국용 BTS가 될 필요는 없다.”
물론 이것은 BTS가 직접 밝힌 발언이 아니라 이번 선곡과 최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하지만 네 곡밖에 없는 무대에서 Dynamite와 Butter를 모두 제외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해외 팬들은 음악보다 ‘방송’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공연 직후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또 다른 논쟁이 벌어졌다.
음향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생방송에서 멤버별 마이크 볼륨이 일정하지 않았고, 현장의 관객 소리 역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Reddit의 BTS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공연 자체보다 방송 믹싱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한 관련 게시물은 1,600개 이상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히 발생하는 팬덤의 불만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며칠 뒤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BANGTANTV를 통해 MIC Drop + FYA Stage CAM이 공개된 것이다.
이를 본 일부 해외 팬들은 생방송 버전과 Stage CAM의 음향을 직접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멤버별 음량과 일부 보컬이 생방송에서 들렸던 것과 다르게 들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것이 iHeartRadio 측의 기술적 실수를 공식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용 믹스와 별도 제작 영상의 후반 믹스는 원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보여준다.
같은 BTS 공연도 어떤 음향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온라인 시청자가 경험하는 무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BTS 무대가 잘렸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공연이 끝난 직후 여러 추측도 등장했다.
앞선 출연자들의 무대가 길어져 BTS 시간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주장부터, 공연장 시간 제한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확인해주는 공식적인 근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iHeartMedia가 공연 후 발표한 공식 자료에는 상당히 중요한 표현이 등장한다.
BTS의 네 곡 세트를 두고 “thoughtfully curated by the band”, 즉 멤버들이 의도적으로 구성한 세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자료만 놓고 보면
“BTS가 원래 더 많은 곡을 준비했는데 강제로 잘렸다”
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팬들이 느낀 갑작스러운 엔딩은 실제 반응이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사실과 추측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네 곡이 하나의 무대였을 가능성
또 하나 흥미로운 해외 리뷰가 있다.
아시아 음악 매체 Bandwagon은 이 공연을 네 개의 독립된 무대로 보지 않았다.
SWIM의 물에서 시작해 2.0의 상승 이미지, MIC Drop의 우주 공간을 거쳐 마지막 FYA의 불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된 시각적 이야기로 분석했다.
그렇게 보면 선곡도 달라 보인다.
SWIM — 물
↓
2.0 — 상승과 변화
↓
MIC Drop — 과거 BTS와 현재의 연결
↓
FYA — 불
단순히 인기곡 네 곡을 골라 부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짧은 공연처럼 설계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팬들은 “왜 네 곡밖에 안 했느냐”고 물었지만,
BTS는 애초부터 네 곡으로 2026년의 BTS를 압축해서 보여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미국 시장에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BTS
이번 무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공연 시간이 아니다.
선곡이다.
BTS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성공했던 영어 히트곡들을 모두 제외하고도 미국 대형 페스티벌의 첫날 마지막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0년 BTS가 iHeartRadio Music Festival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서 촬영한 원격 공연이었다.
2026년에는 일곱 멤버가 직접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섰다.
그 사이 BTS의 위치도 달라졌다.
이제 미국 무대에 나갈 때마다
“우리가 누구인지”
설명하기 위해 Dynamite를 부를 필요가 없는 팀이 된 것이다.
오히려 지금 자신들이 만든 새 앨범의 노래를 들려주고,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 음악을 그대로 가져가고,
과거를 대표하는 MIC Drop 하나만 연결고리로 남겼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 16분 안팎의 짧은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였는지도 모른다.
4곡이라서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선명했던 무대
해외 팬들의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된다.
6년 만의 iHeartRadio 무대였고 BTS는 첫날의 마지막 출연자였다.
공연이 끝났을 때 실제로 많은 팬들이 “이제 시작한 것 같은데 끝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연 시간이 짧았다는 사실만 바라보면 이번 무대에서 더 흥미로운 변화를 놓칠 수도 있다.
Dynamite도 없었다.
Butter도 없었다.
Permission to Dance도 없었다.
그런데 BTS는 미국 대형 페스티벌의 엔딩 무대에 섰다.
그리고 자신들의 현재 음악을 불렀다.
BTS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던 시기의 질문이
“미국에서도 BTS가 통할까?”
였다면,
2026년에는 질문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BTS는 이제 미국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iHeartRadio의 네 곡은 그 질문에 대한 꽤 흥미로운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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