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카즈하가 르세라핌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2026. 9. 23. 23:54ㆍ만약에 시리즈

 

지금의 카즈하를 보면 르세라핌이 아닌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2021년으로 되돌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당시 카즈하는 K-POP 연습생이 아니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발레를 공부하던 나카무라 카즈하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발레를 배웠고 해외 유학까지 떠났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는 프로 발레리나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길 한가운데에서 카즈하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합니다.

온라인으로 Source Music 오디션에 지원했고, 한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우리가 알고 있는 르세라핌 카즈하가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시간을 한번 멈춰보겠습니다.

만약 그때 카즈하가 르세라핌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첫 번째 세계선 ― 네덜란드에 남았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역시 발레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이것을 확정적인 미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카즈하는 과거 인터뷰에서 발레를 계속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랫동안 한 길만 걸어왔지만 그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미래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카즈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것 중 하나가 K-POP이었습니다.

특히 BLACKPINK의 무대를 보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발레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퍼포먼스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따라서

르세라핌에 합류하지 않았다 = 프로 발레리나가 됐다

라고 단순하게 결론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카즈하는 이미 발레 이외의 삶을 찾기 시작했던 시점에 가까웠습니다.

Source Music 오디션에 떨어졌더라도 다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두 번째 세계선 ― 일본으로 돌아갔다면

이쪽이 오히려 더 흥미롭습니다.

 

만약 한국행이 무산됐다면 카즈하가 일본으로 돌아갔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현재의 카즈하를 보면 꽤 재미있는 역설이 나타납니다.

 

최근 카즈하는 일본 개인 활동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9월에는 시세이도의 대표 메이크업 브랜드 마키아주(MAQuillAGE)의 새로운 뮤즈로 발탁됐습니다. 일본에서 광고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후지TV 예능에도 사쿠라와 함께 출연했습니다.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도 개인 활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꽤 묘합니다.

카즈하는 일본인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바로 연예인이 된 것이 아닙니다.

일본 → 네덜란드 → 한국 → 다시 일본.

일본을 떠난 뒤 한국에서 K-POP 스타가 되었고, 이제 다시 일본에서 광고와 방송의 얼굴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일본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카즈하는 일본 연예계에서 처음부터 데뷔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카즈하일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세계선 ― K-POP에는 왔지만 르세라핌이 아니었다면

또 하나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즈하가 K-POP에 관심을 가진 이상 Source Music이 아니더라도 다른 오디션에 도전했을 가능성입니다.

그렇다면 전혀 다른 걸그룹에서 카즈하를 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카즈하가 한국에 들어온 뒤 연습생으로 준비한 기간은 일반적인 K-POP 아이돌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았습니다.

즉 수년 동안 여러 기획사를 거치며 데뷔를 준비한 전형적인 연습생 경로와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르세라핌이라는 팀의 탄생 시기와 Source Music의 선택이 맞물리지 않았다면 K-POP 데뷔 자체가 훨씬 늦어졌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 들어갔다고 해도 우리가 지금 아는 카즈하와 같은 이미지였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룹의 음악도,

콘셉트도,

멤버 구성도,

포지션도 달라졌을 테니까요.

그런데 실제 카즈하는 예상과 전혀 다른 곳까지 왔다

여기서 현재로 돌아와보겠습니다.

2022년 데뷔 당시 카즈하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단어는 단연 ‘발레리나 출신 아이돌’이었습니다.

긴 팔다리와 발레에서 만들어진 움직임도 주목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카즈하의 미래를 예상했다면 아마 이런 방향이었을 겁니다.

 

발레 → 퍼포먼스 → 패션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K-POP 무대뿐 아니라 패션·뷰티 콘텐츠와 일본 광고, 일본 지상파 방송까지 활동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미국 Vogue도 올해 카즈하를 단독으로 Beauty Secrets 콘텐츠에 출연시켰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 다른 영역까지 들어왔습니다.

 

예능입니다.

카즈하는 넷플릭스 예능 《대환장 기안장 시즌2》에 기안84, 김연경, 이준호와 함께 출연합니다.

제작진이 처음 예상했던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촬영에서는 기안84에게 바로 한마디를 던지는 캐릭터가 드러났다는 소개까지 나왔습니다.

이쯤 되면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카즈하의 캐릭터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유럽을 떠난 카즈하는 결국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다

카즈하의 이야기를 가장 영화처럼 만드는 장면도 있습니다.

과거의 카즈하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유럽을 떠나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카즈하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갑니다.

이번에는 발레 유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월드투어를 도는 르세라핌의 멤버였습니다.

Vogue 콘텐츠에서도 카즈하는 자신이 공부했던 유럽으로 투어를 통해 다시 가게 되는 것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출발지는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직업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만약 2021년의 카즈하에게 몇 년 뒤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본인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장면일 겁니다.

어쩌면 가장 가능성이 낮았던 세계가 현실이 됐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만약 카즈하가 르세라핌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발레를 계속했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K-POP 기획사의 문을 두드렸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세계의 카즈하가 더 성공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걸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보고 있는 ‘르세라핌 카즈하’라는 세계가 당시에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발레라는 길이 있었고,

유럽에서의 생활이 있었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선택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카즈하는 가장 익숙했던 길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 하나가

발레 유학생 → K-POP 아이돌 → 월드투어 → 패션·뷰티 → 일본 광고와 방송 → 예능

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카즈하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발레를 포기하고 아이돌이 됐다’는 데 있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가장 오래 준비했던 길에서 벗어났을 때,

오히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러 개의 길이 새로 생겼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카즈하를 만든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