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4. 12:46ㆍ걸그룹

K-POP에서 세대가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이번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는 누구인가?”
3세대를 이야기할 때 제니가 있었다면, 4세대 여자 아이돌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는 단연 장원영이다.
그런데 5세대 걸그룹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금은 조금 이상하다.
ILLIT, BABYMONSTER, Hearts2Hearts, MEOVV, KiiiKiii 등 주목받는 그룹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으로 들어가도 원희, 아현, 이안 등 팬들이 주목하는 멤버가 있다.
그런데 아직 이런 말에는 쉽게 합의가 되지 않는다.
“저 사람이 5세대의 장원영이다.”
왜일까?
단순히 5세대에 스타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해외 매체와 해외 K-POP 커뮤니티의 반응을 찾아보니 오히려 다른 가능성이 보였다.
해외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나오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건 한국 팬들만의 의문이 아니다.
최근 해외 K-POP 커뮤니티에서도 정확히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Reddit의 K-POP 토론 커뮤니티에는 지난 9월 17일
“5세대에는 아직 ‘It’ 아이돌이 없는 것 같다”
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5세대에도 재능 있는 아이돌은 많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영향력이나 바이럴 순간을 만들어낸 한 명을 떠올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당히 인상적인 댓글이 달렸다.
“4세대 장원영이 아직 그 자리를 너무 강하게 잡고 있다.”
해당 글은 200개가 넘는 추천을 받으며 토론이 이어졌다.
이 한 문장이 의외로 중요한 힌트를 준다.
첫 번째 이유 - 5세대가 약한 게 아니라 장원영이 아직 너무 젊다
우리는 흔히 세대를 바통터치처럼 생각한다.
4세대가 끝나면 4세대 스타가 내려가고,
5세대가 시작되면 새로운 스타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원영은 2004년생이다.
2026년 현재도 겨우 20대 초반이다.
즉 5세대 아이돌들과 활동 시기가 상당 부분 겹친다.
더 중요한 것은 영향력이 줄어들기는커녕 광고시장에서는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이다.
2026년 9월 한국경제가 광고·매출 자료를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장원영은 패션·뷰티뿐 아니라 은행, 가전, 식품 등 서로 다른 업종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2025년 KT 셋톱박스 광고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장원영이 출연 브랜드 수 1위였고 한 달간 TV 광고 노출이 약 6억6000만회에 달했다.
타미 진스의 경우 장원영 모델 발탁 이후 2024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했고, 장원영이 착용한 일부 제품은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이 판매됐다. 물론 이런 매출 변화를 전부 모델 한 사람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더 재미있는 현상도 등장했다.
장원영을 모델로 사용하는 여러 기업이 함께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아예 ‘장원영 ETF’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정도면 장원영은 단순히 인기 있는 아이돌 멤버를 넘어 광고와 소비시장에서도 하나의 독립적인 IP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5세대 신인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 자리가 갑자기 비워질 리 없다.
두 번째 이유 - 우리는 5세대에게 너무 빨리 ‘왕관’을 씌우려고 한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의견이다.
2025년부터 팬들은 이미
“5세대 It Girl은 누구인가?”
를 논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Reddit 이용자는 과거 세대를 돌아보면 대표 스타가 반드시 세대 초반에 결정됐던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원영 역시 IZ*ONE으로 2018년 데뷔했지만 지금과 같은 독보적인 스타 이미지가 완성된 결정적인 시기는 IVE로 재데뷔한 2021~2022년 이후였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최근 토론에서도 팬들은 아현, 원희, 이안, 젤리 등을 후보로 이야기하면서도
“아직 결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는 의견을 반복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스타는 기획사가
“오늘부터 이 사람이 세대 대표입니다.”
라고 선언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래가 터지고,
광고가 붙고,
밈이 생기고,
패션이 따라오고,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지고,
몇 년 동안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아직 그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가까운 후보는 누구일까?
해외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은 대략 세 명이다.
ILLIT 원희, BABYMONSTER 아현, Hearts2Hearts 이안.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의 강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원희는 현재 패션계에서도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Vogue Business는 2026년 8월 한국의 차세대 스타들을 소개하는 ‘The It-Kids of South Korea’에서 원희를 주목해야 할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했다.
원희가 샤넬 Métiers d’Art 행사에 참석했고 2026년 1월 W Korea 표지를 장식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ILLIT 자체도 해외 매체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Teen Vogue는 올해 ILLIT의 새 앨범과 그룹의 변화에 대해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Hearts2Hearts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ME는 올해 6월 Hearts2Hearts를 커버 아티스트로 다루면서 이들을 2026년 주목해야 할 신인 아티스트 목록에 포함된 그룹으로 소개했다. 서울뿐 아니라 뉴욕·LA·자카르타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특히 이안이 원희·아현과 함께 5세대 대표 스타 후보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누가 1위라고 결정하는 것은 아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세 사람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역발상을 해보자
나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한다.
5세대에 장원영급 스타가 아직 없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장원영 같은 방식의 스타’는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K-POP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4세대는 ‘한 명의 얼굴’을 만들기 좋은 시대였다
장원영에게는 독특한 서사가 있었다.
프로듀스48.
IZ*ONE.
그리고 IVE.
대중은 한 사람의 성장과 이동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여기에 IVE의 연속적인 히트곡이 붙었다.
그룹 성공과 개인 인지도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그리고 광고·패션·SNS·밈이 그 위에 쌓였다.
결국 ‘장원영’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개인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5세대는 조금 다르다.
5세대의 진짜 특징은 ‘스타의 부재’가 아니라 ‘관심의 분산’일 수 있다
지금 걸그룹 시장을 보자.
ILLIT을 좋아하는 팬이 있고,
BABYMONSTER를 좋아하는 팬이 있고,
Hearts2Hearts를 좋아하는 팬이 있고,
MEOVV를 좋아하는 팬이 있고,
KiiiKiii를 좋아하는 팬도 있다.
그리고 시장은 한국 하나가 아니다.
한국에서 강한 멤버와 동남아에서 강한 멤버가 다를 수 있다.
중국에서 강한 멤버와 미국에서 반응이 오는 멤버도 다를 수 있다.
TikTok에서 강한 스타,
YouTube에서 강한 스타,
패션에서 강한 스타,
팬덤 구매력이 강한 스타도 서로 다를 수 있다.
최근 K-POP의 4·5세대 구조를 분석한 국내 연구 역시 5세대에서 글로벌 현지화와 MD·라이선싱 등 사업 구조의 다각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4세대와 5세대를 나누는 기준 자체도 팬과 산업에서 여전히 혼재돼 있음을 지적한다.
즉 과거처럼 모든 관심이 한두 명에게 집중되기보다,
여러 스타에게 나누어지는 구조
가 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국민 스타’의 시대에서 ‘알고리즘 스타’의 시대로
여기서 나는 5세대를 설명하는 새로운 표현을 하나 제안하고 싶다.
국민 스타 → 알고리즘 스타
과거에는 모두가 비슷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비슷한 음악방송을 보고,
비슷한 광고를 봤다.
그러니 대중 전체가 한 스타를 동시에 알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TikTok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아이돌과
YouTube Shorts가 보여주는 아이돌,
Instagram Reels가 보여주는 아이돌이 다르다.
개인마다 보는 스타가 달라진다.
한 사람이 전국민에게 100의 관심을 받는 구조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의 플랫폼과 국가에서 20·30·40씩 관심을 가져가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5세대에 스타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은 반대일 수도 있다.
스타가 너무 많아져서 한 명에게 집중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5세대 스타가 올라가야 할 왕좌가 아직 비어 있지 않다.
그 자리에 장원영이 여전히 앉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새로운 세대의 스타는 이전 세대 스타의 영향력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확보한다.
그런데 장원영은 다르다.
나이가 여전히 어리고,
IVE도 현역 최정상급 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광고·패션·밈에서 개인 영향력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 5세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특이한 상황이다.
새로운 왕좌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의 왕좌가 아직 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커뮤니티에서 나온
“장원영이 아직 그 자리를 너무 강하게 잡고 있다”
는 말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우리가 질문을 잘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묻는다.
“5세대의 장원영은 누구인가?”
하지만 앞으로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5세대에도 과연 또 한 명의 장원영이 필요한가?”
5세대의 대표 스타가 반드시 장원영과 같은 방식으로 탄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원희가 패션과 대중성을 가져갈 수도 있고,
아현이 글로벌 팬덤에서 강한 영향력을 만들 수도 있고,
이안이 또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신인이 몇 년 뒤 갑자기 등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해외 팬들의 논쟁에서도 아직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강하고, 일부 팬들은 진짜 It Girl이 등장한다면 지금처럼 누가 맞는지를 계속 논쟁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꽤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원영도 투표로 뽑혀서 장원영이 된 것이 아니다.
대중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이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5세대의 장원영은 아직 데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원희일 수도 있다.
아현일 수도 있다.
이안일 수도 있다.
혹은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가능성도 있다.
5세대에는 아예 ‘한 명의 장원영’이 탄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명의 국민 스타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여러 명의 글로벌 스타가 각자의 플랫폼과 시장을 나눠 갖는 시대로 K-POP이 이동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지금 5세대를 보며
“왜 장원영급 스타가 없지?”
라고 묻는 것 자체가 어쩌면 4세대의 기준으로 5세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5세대의 진짜 변화는 새로운 장원영이 나타나는 순간이 아니라,
더 이상 ‘제2의 장원영’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
에 완성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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